밥 한 번 하고 일주일 먹기, 냉동실 밀프렙

밀프렙이라고 하면 통에 닭가슴살과 브로콜리를 가지런히 담아둔 사진이 떠오르시죠. 저는 그거 보고 “나는 못 하겠다” 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실제로 하는 건 훨씬 허술해요. 요리를 잘해서 시작한 게 아니라 피곤한 날 배달을 안 시키려고 시작했습니다.

목적부터 분명히

밀프렙의 목적은 건강식이 아니라 선택지를 하나 만드는 것이에요.

퇴근하고 지쳤을 때 냉장고에 아무것도 없으면 답은 배달 하나입니다. 그런데 데우면 먹을 게 있으면 선택지가 둘이 돼요. 그러면 안 시키는 게 참는 일이 아니라 그냥 고르는 일이 됩니다.

그래서 배달보다 빠르고 쉬워야 합니다. 이게 유일한 기준이에요.

시작은 밥부터

제일 쉽고 효과가 큰 게 밥입니다.

  • 한 번에 넉넉히 짓기
  • 1회분씩 소분해서 담기
  • 뜨거울 때 담아 뚜껑 덮고, 한김 식힌 뒤 냉동
  • 납작하게 눌러 얼리면 빨리 얼고 해동도 빠릅니다

전자레인지로 2분이면 갓 지은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아요.

보온을 안 쓰게 되는 것도 장점입니다. 전기밥솥 보온은 생각보다 전기를 먹거든요.

다음은 국이나 찌개

한 번 끓여서 여러 번 먹는 건 원래 하던 방식이라 어렵지 않아요.

  • 한 번에 끓이고 1회분씩 소분
  • 국물이 있으니 용기에 여유를 두고 담으세요 (얼면 부풀어요)
  • 냉동 2~3주, 냉장은 2~3일

저는 된장국이나 미역국처럼 물리지 않는 걸로 합니다. 향이 강한 건 며칠 먹으면 질려요.

채소는 손질만 해두기

완성된 반찬보다 손질된 재료가 더 쓸모 있었어요.

  • 대파 썰어서 냉동
  • 양파 채썰어서 냉동
  • 버섯 손질해서 냉동
  • 마늘 다져서 소분

이게 있으면 라면 하나를 끓여도 뭘 넣을 수 있습니다. 요리가 아니라 한 단계 줄여주는 용도예요.

1인 가구가 조심할 것

종류를 늘리지 마세요. 이게 제일 중요합니다.

의욕이 나면 대여섯 가지를 만들게 되는데, 그러면 뭐가 있는지 잊어버려서 결국 버립니다. 저는 세 가지만 두고 떨어지면 채웁니다.

대용량으로 사지 마세요. 단가는 싸지만 혼자서는 못 씁니다. 버린 양까지 계산하면 실제 단가가 훨씬 올라가요.

냉동실은 창고가 아니라 대기실입니다. 오래 두면 맛이 떨어져서 안 먹게 돼요. 2~3주 안에 소진할 양만 두세요.

용기와 라벨

  • 투명 용기를 쓰세요. 안 보이면 안 먹습니다
  • 마스킹 테이프에 날짜와 내용물을 적어 붙이기
  • 세워서 보관하면 한눈에 보입니다

5초 걸리는데 효과가 큽니다. 저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봉지를 몇 번 버리고 나서 이걸 시작했어요.

주말 1시간 루틴

이 정도면 일주일이 편합니다.

작업 시간
밥 짓고 소분 30분 (대부분 기다리는 시간)
국 하나 끓여 소분 20분
채소 손질해서 냉동 15분

동시에 진행하면 한 시간 안에 끝나요.

이건 실패했어요

  • 다섯 가지 반찬 만들기 — 두 개는 손도 안 대고 버렸습니다
  • 한 달 치 만들기 — 맛이 떨어져서 후반에는 안 먹었어요
  • 매주 다른 메뉴 — 부담돼서 3주 만에 그만뒀습니다

정리하면

밥, 국 하나, 손질 채소. 이 세 가지면 충분합니다.

완벽하게 하려고 하면 오래 못 가요. 피곤한 날 데워 먹을 게 있느냐만 만족하면 목적은 달성입니다.

냉장고 정리와 같이 하면 더 좋습니다. 1인 가구를 위한 심플한 냉장고 정리법에 정리해뒀어요.

자주 묻는 질문

냉동한 밥이 맛없지 않나요?

뜨거울 때 담아서 한김 식힌 뒤 바로 냉동하면 차이가 크지 않습니다. 식은 밥을 나중에 얼리면 맛이 떨어져요. 납작하게 눌러 얼리면 해동도 고르게 됩니다.

얼마나 보관할 수 있나요?

밥이나 국은 2~3주 안에 드시는 걸 권합니다. 더 둬도 상하지는 않지만 맛이 떨어져서 결국 안 먹게 돼요. 오래 보관하는 것보다 자주 채우는 쪽이 낫습니다.

용기를 새로 사야 하나요?

집에 있는 밀폐용기로 시작하셔도 됩니다. 다만 투명한 것과 냉동이 가능한 것인지만 확인하세요. 국물류는 얼면서 부피가 늘어나니 가득 채우지 마시고 여유를 두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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